2016. 9. 4. 18:07

3

 

 

 “저는 오소마츠라는 사람을 모르는데요.”

 “, 왜 여자 옷을 입고있음까?”

 “오소마츠라는 사람 모른다고요.”

 “, 왤케 살이 쪘음까?”

 “아 오소마츠 아니라고!!”

 

 오소마츠가 뭐라하건 제 할만하는 쥬시마츠의 모습에 기가 빨리는 기분이다. 옆에서 보다못한 경찰이 결국 끼어들어서는 자자 두분 다 진정하시구요……. 하며 둘을-정확히 말하자면 쥬시마츠와의 대화에서 홀로 흥분한 오소마츠를-말리기 시작했다. 씩씩 거리며 잔뜩 짜증난다는 얼굴을 하고는 신경질 적으로 머리를 헤집더니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오소마츠건 뭐건 여기 안사니까 다들 좀 나갈래요!?”

 

 볼록 튀어나온 배를 감싸고는 날카롭게 말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여성이다. 오소마츠의 강경한 태도에 경찰이 난감하다는 얼굴을 했다. 제발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단호한 얼굴을 하며, 문을 닫았다. 아니, 닫으려 했다.

 

 “형님!”

 “에에, 오소마츠형!”

 “형 여기서 뭐해!”

 “, 여자 옷을 입고 있어……?”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다른 형제들의 모습에 오소마츠가 손으로 이마를 짚더니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완전 엎친데 덮친 격이네. 그렇게 생각하며, 사람 잘못 보셨어요. 하고 문을 닫으려 하자 형제들이 다급하게 소리친다.

 

 “아 오소마츠형 왜 그래!”

 “형님, 무슨 일 있어?”

 “, 무슨 일 인진 모르겠지만 우리한테 말은 해줘야 알지.”

 “아니 저는 오소마츠가 아니라니까요?”

 “!”

 

 형제들이 답답하다는 얼굴을 해도, 오소마츠는 요지부동이었다. 쉬어야 하니까, 이제 좀 가주시겠어요? 진심으로 피곤하다는 얼굴을 하며, 오소마츠가 반쯤 열린 문을 닫자, 카라마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소마츠 형님이 없어지면, 카리스마 레전드 자리는 이 카라마츠님이 가져도 되는거겠지?”

 “뭐라는거야! 카리스마 레전드는 바로 이 오소마츠님…… .”

 

 닫던 문을 활짝 열고는, 어이없다는 듯이 외치다가 이내 깨달았는지 핫- 입을 막고는 다시 급하게 문을 닫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형제들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하고는 오소마츠를 쳐다본다. 곁에 서있던 경찰마저도 황당하다는 표정을 했다. 그럼 다들 안, 안녕히 가세요.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웃음 띤 얼굴을 하고는 문을 닫으려는 순간

 

 “형님

 “……하하

 “우리랑 얘기 좀 해.”

 “, 경찰관님은 이제 돌아가셔도 돼요. 감사합니다.”

 

 어이없게 종결된 실종사건에, 경찰관은 그대로 돌아갔고, 남은 건 마츠노 형제들 뿐 이었다. 오소마츠가 난감한 얼굴을 하며 몰래 문을 닫으려하자, 어허, 형님. 하며 카라마츠가 문 틈새에 발을 끼워넣는다. 도저히 순순히 물러날 것 같지 않아, 결국 오소마츠가 문고리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배가 뻐근하다. 오소마츠는 배를 슬슬 문지르며, 들어와. 한마디 남기고 홱 하니 집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묘한 분위기에 형제들은 각자 서로를 쳐다보며 눈짓하더니 이내 하나, 둘 집안으로 들어섰다.

 

 오소마츠는 방 한가운데에 앉아 하나, 둘 방으로 들어오는 형제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치마츠가 치마를 입고 조신하게 앉아있는 오소마츠의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한다. 아무리 봐도 저건 치마인데 말이지. , 설마 우리들의 장남이 사실은 장녀였다던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다. 목욕탕에서 확실히 달려있는걸 봤는데…….

 

 “어이 어이, 이치마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생각하는게 티가 났는지 오소마츠가 황당한 얼굴을 하고는 묻는다. 이치마츠가 뒤통수를 긁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형제들이 서서 우왕좌왕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사나워 앉으라고 손짓하니까 그제야 슬금슬금 자리 잡고 앉는다. 오소마츠가 한숨을 내쉬며 제 앞에 자리하고 앉은 형제들을 둘러보았다. 이상하게 하나같이 다들 조금씩 말라있다.

 

 “나 없는 새에 단체로 다이어트라도 했나? 왜 이렇게 다들 말랐어~”

 “이게 다 형 때문이잖아!”

 “대체 말도 없이 왜 이런 곳에 숨어있던거야?”

 “그 옷차림은 또 뭐고?”

 “, 저기 얘들아?”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줄 알아?”

 “전화기는 왜 또 꺼놨는데!?”

 

 오소마츠가 입을 열자, 기다렸다는 듯이 저마다 한마디씩 던진다. 우루루 쏟아지는 말들에 도저히 뭐부터 대답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난감한 표정을 짓는 오소마츠의 얼굴을 바라보던 쵸로마츠가 한숨을 쉬더니 잠깐, 잠깐 하며 상황을 정돈 한다.

 

 “자자, 잠깐 잠깐, 다들 이러면 형이 대답 못하잖아. 일단 나 먼저 물어볼게. , 대체 무슨 일이야?”

 “, …… 그게…….”

 “그럼 이게 무슨 꼴인데? 그 옷차림은 또 뭐고?”

 “, 그게 있잖아…….”

 “배는 왜 또 그러는건데.”

 

 쵸로마츠의 심문에 가까운 물음에 머뭇거리며 대답을 하지 못하자, 답답하다는 얼굴을 하고 덥썩 오소마츠의 어깨를 붙잡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는지 히익- 하며 뒤로 물러서려 하지만 단단히 잡혀서는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다. 저를 빤히 쳐다보는 쵸로마츠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입술만 자근자근 씹는데, , 잠깐 이게 뭐야……? 쵸로마츠의 뒤로 토도마츠가 무언가를 집어서 보고 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손에 들린게 무엇인가를 알게 되기까지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히익-”

 

 치워 둔다는 것이 깜빡했다. 여직 제 어깨를 붙잡고 있는 쵸로마츠를 밀쳐내고는 후다닥 토도마츠의 손에 들린 노란색의 수첩을 빼앗으려 하지만 이미 펼쳐서 읽고 있는 토도마츠의 얼굴이 어둡다. 이리줘- 하며 손을 내밀어보지만 토도마츠는 말없이 입술을 꾹 깨물고는 오소마츠를 쳐다볼 뿐이다. 토도마츠의 시선을 받아내기가 어렵다. 슬그머니 눈을 피하자 한숨을 내쉰다.

 

 “설마 지금, 이거 때문에…….”

 “……내놓기나 해.”

 

 손에 들린 수첩을 홱 뺏어들고는 방 한구석에 자리한 가방에 우겨넣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나올 것 만 같다. 사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상상을 안해봤던 건 아니지만 막상 닥치니 생각 외로 더 울컥한다. 울면 안 돼, 장남이 돼서 우는 게 어디 있어. 난 카리스마 레전드 인간국보 님이시라구.

 

 “형님, 설마…….”

 

 토도마츠에게 전달받은 건지, 어쩐건지 동생들이 수군댄다. 가방 앞에 쪼그려 앉아 입술을 깨물며 애써 눈물을 참던 오소마츠가 몸을 돌려, 동생들을 쳐다본다. 어쩐지, 집에 있을 때에도 먹는 양은 줄어드는데 점점 부풀어 오르는 배가 이상하다 했더랜다. 카라마츠가 하아 한숨을 내쉬었다.

 

 “, 맞아. 나 임신이래.”

 

 그렇게 말하며 웃는 오소마츠의 얼굴에 씌여진 가면이 쩌적- 갈라졌다.

 

Posted by 시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