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16. 20:57

 체중이 늘었다. 딱히 과식을 한 것도 아니고, 활동량이 줄어든 것도 아니었기에 갑작스레 늘어버린 2kg는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요새 좀 많이 먹었나……. 스스로의 배를 슥슥 매만지며 난감하다는 얼굴로 59kg를 가르키는 체중계를 바라보던 오소마츠는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선 카리스마 레전드 인간국보님의 이미지가……. 그렇게 생각하며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오소마츠는 늘어버린 체중을 단순히 살로 치부하면 안 되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절실히 깨달았다.

 

 

 

누가 임신을 시켰나?

W. 임 푸른

 

 

 

 

 피곤하다. 몸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졌다. 무겁게 내려앉는 눈꺼풀을 겨우겨우 들어 올리며 집안을 어슬렁거리자 형 살쪘어? 하는 물음이 들려온다오소마츠의 몸을 날카로운 눈으로 쳐다보던 토도마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던 오소마츠는 토도마츠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살찐거 아냐? 태연하게 묻는 모습에 오소마츠가 자신의 배를 빤히 바라보더니 아니? 아닌데? 형아가 무슨 살이 쪘다고 그래? 하며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표정으로 대꾸하자 카라마츠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야, 형님 살쪘어?

 

, 아니라고!”

 

 다른 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오소마츠에게로 향한다. 그렇게 같이 부대끼며 지냈는데 여태 살이 찐 것도 몰랐다. 많이 찌진 않은 거 같은데, 그래도 슬슬 관리 하는 게 어때? 토도마츠가 나른하게 웃으며 말했다. 토도마츠의 말에 오소마츠가 발끈하더니 소리쳤다.

 

살 안쪘다니까!”

 

 그래도 나름 신경은 쓰였는지 그 날 저녁부터 식사량을 확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하루하루 몸이 불어나는 느낌이다. 빠칭코에선 걸핏하면 졸기 일쑤였고, 음식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 자제하기가 힘들었다. 거실과 방으로 이동하기 위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오르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역시 비틀거리며 겨우 계단 난간에 버티어 서있는 오소마츠를 발견한 카라마츠가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고 다가갔다.

 

형님, 어디 아파?”

 

이 형아가 아프긴 무슨~”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써 웃으며 바르르 떨리는 다리로 겨우겨우 계단을 내려갔다. 이상하게 점점 더 둥글게 변하는 것 같다. 카라마츠의 의심스런 눈길을 뒤로한 채, 오소마츠는 주춤주춤 화장실로 들어갔다.

 

 

오소마츠가 자취를 감춘 건 그로부터 이주일이 지난 후였다.

 

 

형한테 연락 왔어?”

 

아니, 아직…….”

 

, 이 망할놈의 형은 핸드폰도 꺼놓고 대체 어디로 간거야?”

 

 하루가 멀다 하고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기도 하고, 경찰에 실종신고도 내보았지만 아무런 수확도 없었다. 그 어떤 물건도 없이 달랑 지갑과 핸드폰만 들고나가서는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당최 알 수가 없어 더욱 막막했다. 형제들의 한숨이 깊어졌다.

 

 

 한편 마루에 누워 아이스크림을 물고 멍하게 하늘을 올려다보던 오소마츠는 전보다 더욱 부풀어 오른 배를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형제들에게 그리고 심지어 부모님에게조차도 비밀로 하고 도망치듯이 온 이 곳에서 오소마츠는 혼자서 나름 잘 지냈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심심하면 산책도 가고. 처음에는 혈혈단신으로 시골에 내려와서는 홀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지만 마을 사람들도 좋고,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바지를 입자니 도저히 배가 눌려 입을 수가 없어서 별 수 없이 하늘하늘, 발목까지 내려오는 연분홍빛 원피스를 입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오소마츠의 손끝에는 천사가 그려진 아가수첩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Posted by 시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