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cord。 /miracolo。

[오소른] 누가 임신을 시켰나? _ 2

시오넬 2016. 8. 27. 11:07

 

2

 

 

 잠이 깼다. 놀러온 앞집 할머니와 도란도란 옥수수를 나눠먹고, 수다 좀 떨다가 한 것도 없이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는데, 다리에서 느껴지는 찌르는 듯한 통증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 겨우 몸을 일으켜 저린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잠이 깨지 않아 몽롱한 정신을 하고 문득 창밖을 보니 아직 어둠이 내리 깔린 새벽은 어두컴컴하기만 하다. 몇 시인지 감도 잡히지 않아 시계를 찾다가 생각 없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던 핸드폰을 켰다. 갑작스런 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충 시간을 확인하자 아직 AM 4:00 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 뭐야, 아직 새벽이잖아. 투덜거리며 아까보다 통증이 조금 덜 한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꼬물꼬물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지이잉-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더니 메시지 하나가 들어온다.

 

 [ 긴급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04:03:51) - 112 종합상황실 ]

 

 핸드폰이 켜진 걸 어떻게 알았는지 어두운 방 안에서 핸드폰은 밤새도록 반짝거렸다.

 

* * *

 

 이상하게 소란스럽다. 늘 조용한 동네가 어쩐 일인지 아침부터 시끌시끌했다. 언제 해가 떴는지 세상이 훤하다. 졸린 눈을 비비며 창밖을 내다보자 대문 밖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반짝반짝, 붉은색 빛도 보이는 것 같다. 아침부터 웬 경찰차래……. 그렇게 생각하며 세수를 할 생각으로 방을 나서려던 오소마츠가 황급히 다시 창에 매달렸다. , 경찰차!? 설마 잘못 본 거겠지 싶어 눈만 빼꼼 내밀고 밖의 동향을 살피자 진짜 경찰차다. 동네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잔뜩 몰려나와 구경중이다. 대체 우리집에 웬일이래. 그렇게 중얼거리는 찰나, 경찰차의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내린다. 저와 꼭 닮은 얼굴에 선글라스를 끼고, 온갖 폼을 잡고 서있는 저건…… , 카라마츠다. 카라마츠를 선두로 줄줄이 형제들이 차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여긴 대체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당황스런 얼굴을 하고, 창에서 떨어져 나와서는 안절부절못하며 방 안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데, 발에 무언가 채인다. 으잉? 하며 바닥을 내려다보자 밤새 울리면서 배터리가 닳았는지 배터리 3% 하며 어두운 화면을 핸드폰이 눈에 들어온다. 아 그러고보니…… 문득 어젯밤의 일이 떠오르는 것도 같다.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켰…………?

 

아 미쳤어 진짜!”

 

 부재중 2118. 어마어마한 숫자에 기겁하면서 급하게 핸드폰을 다시 꺼보지만 이미 늦었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아예 집에 없는 척 할 요량으로 현관문을 잠그려 다가가는 순간, 벌컥 문이 열렸다.

 

……, 저 오소마츠씨 되십니까?”

……아닌데요?”

 

 실종되었다고 신고 된 오소마츠는 분명 남성이었으나 지금의 오소마츠는 배가 부르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은 임산부로 확실히 남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경찰은 미심쩍은 표정을 하면서도 섣불리 행동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무슨 일이세요……?”

 

 최대한 여성처럼 보이려 조심스레 묻자, 아 실종자의 위치가 이 곳으로 확인이 되어서요. 죄송하지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하며 집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아직 방 안에는 미처 숨기지 못한 증거들이 많은데, 큰일났다 싶어 아, 저기 죄송하지만 제가 일어 난지 얼마 안돼서요. 다음에 오시면 안될까요? 하며 거절하려는 찰나

 

 “, 오소마츠형!”

 

 아, 젠장 망했다.